‘10·26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면서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당청 갈등을 우려해 겉으로는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패배 원인에 대한 책임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벌써 ‘청와대 책임론’을 거론하며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포함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24일 “이번 재·보선은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다”며 “서울시장 선거는 초기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해 중반에는 상당히 따라잡았으나 내곡동 사저 논란이 불거지면서 추격의 고삐를 놓치고 말았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의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성태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은 누누이 얘기했지만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진정성 있는 차별 해소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 같은 지적에 부분적으로 공감한다. 재·보선을 앞두고 ‘정전대란’ 미숙 대응과 측근 비리 의혹, 내곡동 사저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이번 선거에 악재를 제공한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젊은 세대들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에도 자기 반성과 후속 조치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조만간 청와대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며, 일부 참모진 교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개편은 이미 선거 이전부터 준비돼 왔지만 인적 쇄신에 대한 고민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청와대는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면전환용 개각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이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남의 탓을 하기보다는 자기 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전제한 뒤 “이번 선거에서 젊은층의 표심을 얻지 못한 데는 여당의 후보 선정은 물론 선거전략과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