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야권 후보단일화의 성과로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탄생하면서 엉뚱하게 국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도 불똥이 튀게 됐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야권 통합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눈치를 더욱 심하게 볼 가능성이 높아 본질적으로 정책적 사안인 한·미 FTA가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끝장토론’ 등을 거치며 격렬한 몸싸움 없이 처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던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또다시 극심한 정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박 시장은 민주당 후보가 아니었음에도 야권 단일화를 통해 승리했다. 강원 인제군수 재선거의 경우 최상기 민주당 후보가 이순선 한나라당 후보에게 0.48%포인트 차로 석패했는데 박승흡 민주노동당 후보가 11.0%를 가져갔다. 결국 민주당은 야권 통합 없이는 ‘호남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절감하게 된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은 즉각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대해 강경 입장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눈치보기로 주권을 내주는 FTA는 안 된다”며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모든 민주진보진영과 함께 승리를 이끌어냈듯이 한·미 FTA도 다른 야당, 시민단체, 국민 여러분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역설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하고도 한·미 FTA 일방 강행 처리를 고집한다면 오만과 독선을 멈추라는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며 “11월 출국하게 돼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날 때 선물보따리로 한·미 FTA를 갖다바치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야권통합 없는 민주당은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분명해졌다”며 “한·미 FTA 저지에 미온적이면 야권 통합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한나라당에서도 한·미 FTA를 정치 쟁점화하려는 모습은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 패배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강행을 통해 돌파해보려는 세력과 ‘더 이상 민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세력 간 내홍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김성훈·김동하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