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거대한 후폭풍은 민주당 등 범야권도 피할 수 없다. 특히 민주당에 이번 선거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줬기 때문이다. 자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범야권 경선에서 시민단체 출신 무소속 후보에게 무참히 패했지만 범야권이 하나로 뭉치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은 것이다.

이에 따라 범야권은 대통합이라는 거대한 지각변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급속하게 빨려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합 대상들 간에 의견 차가 적지 않은 데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들은 통합이 아닌 선거연합(후보단일화)을 추진하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범야권 대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진보 시민단체 출신과 정치권 밖 친노(친노무현)그룹이 중심이 된 ‘혁신과 통합’과 민주당이다. 이들은 ‘원샷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과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등 야5당과 ‘혁신과 통합’이 단일정당으로 뭉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도부 임기만료(12월18일)를 앞둔 민주당의 스케줄상 11월10일 전까지는 대통합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12월14일부터는 내년 ‘4·11 국회의원 총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시간이 촉박하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모두 “즉시 통합 협상을 시작하자”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들 역시 통합정당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혁신과 통합’은 기존의 정당정치는 실패했다는 논리로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를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선 양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게 문제다. 안병진(정치학)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2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시민후보의 당선으로 기존 정당으로는 안 된다는 게 분명해졌다”며 “민주당도 결국 새로운 통합정당의 일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노당과 국민참여당 등의 ‘소통합’ 움직임은 범야권 대통합의 더 큰 걸림돌이다. 이미 한 차례 통합이 무산된 바 있는 두 당은 11월 중순까지 다시 한번 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오남석·김병채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