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알려진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지난 1997년 8월 그룹 부도 후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과거의 명맥을 거의 회복했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사업 확장으로 관련 기업들의 연간 총 매출액은 수천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그만큼 부채도 많아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청해진해운과 이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관련 회사들의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세모그룹이 최종 부도를 맞은 지 1년 6개월 뒤인 1999년 2월 개인주주들을 모아 자본금 34억 원으로 설립됐다.

세모그룹의 모 회사였던 ㈜세모는 지난 1979년 유 전 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스쿠알렌 등 건강보조식품과 자동차 부품제조, 조선, 해운, 건설업 등을 주요 업종으로 하던 기업이다. 계열사로는 세모유람선, 세모해운, 세모케미칼, 세모화학 등 9개사가 있었다.

이들 계열사 중 지난 1995년 세모 해운사업본부에서 독립한 세모해운이 청해진해운의 전신으로 알려져 있다. 세모해운은 서해안과 남해안 20여 개 항로에 총 27척의 여객선과 화물선을 운항하는 국내 최대의 연안여객선업체였으며 청해진해운은 세모해운의 선박과 사무실 등 유형자산을 120억여 원에 사들여 사업을 시작했다.

청해진해운의 최대주주인 ㈜천해지는 2005년 7월 ㈜세모의 조선사업부를 인수해 설립된 회사다. 또 ㈜천해지의 최대주주인 경영컨설팅 업체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유 전 회장의 장남과 차남 등 유 씨 일가가 주축이 돼 지난 2007년 10월 설립한 회사다.

㈜천해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각 회사들도 세모그룹의 케미칼, 식품, 자동차 부품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3년 말 현재 ㈜천해지의 지분 18.21%를 보유한 2대 주주인 ㈜다판다는 건강식품·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회사로서 유 전 회장의 장남이 최대주주로 있다.

5.23%의 지분을 보유한 ㈜온지구는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로 유 전 회장의 차남과 아이원아이홀딩스가 대주주로 올라 있다.

반면 이들 회사의 부채도 적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은 2013년 말 총자산 330억여 원 가운데 부채가 266억여 원이었으며 ㈜천해지는 1783억여 원의 총자산 중 976억여 원이 부채였다. 그외 관련 회사들의 부채까지 더하면 총 부채 규모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