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적인 요건”이라며 기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는 정책적 노력도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태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의 책임 있는 컨트롤타워는 작동하지 않았고, 공무원들은 책임 회피를 위해 부처 간 칸막이 치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며, 정부의 재난안전관리체계는 바닥을 드러냈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안전행정부는 지난 2013년 대통령 취임 당시 업무보고에서 안전관리 패러다임을 바꿔 기존 상황관리 중심의 재난관리에서 신속한 초동대응 및 상시적 안전관리로, 부처별 대책·대응에서 범정부적 협업·관리체제로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 안전관리체계도 개혁해 재난 시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대책본부 중심의 통합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해 상황 발생 초기부터 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 신속한 상황 판단 및 대응을 위한 계획을 세웠다. 재난·안전분야 연구개발 예산도 오는 2017년까지 5000억 원까지 확보키로 했다. 특히 경찰, 소방, 군 등 기관별로 운영중인 재난안전통신망을 단일화해 현장 지휘 및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안전 개혁 정책을 수립했다. 안행부는 이 같은 대통령 취임초 업무계획 발표 1년 만에 ‘안전정책이 성공적이다’는 평가까지 내놓았다. 올해 정책 목표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안전관리체계를 정착시키겠다고 장담까지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매뉴얼은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으며 물거품이 됐다. 정부는 재난 발생시 피해규모를 줄이기 위해 출동·도착 한계시간을 설정해 운영하는 이른바 ‘골든타임(Golden Time)제’도 도입했으나 사고 초반에 정부의 판단 착오 등으로 인해 현장에 출동한 구조인력들은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

안행부가 만들어놓은 재난 대응 매뉴얼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져 컨트롤타워가 작동이 돼서 신속히 현장에서 구조활동이 진행돼야 함에도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대책과 관련해 현장 전반을 책임질 사람은 없었고, 현장에 관련 공무원들만 모여들어 혼란을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난을 수습할 전문가는 없고 청와대 눈치만 보다 피해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부 내 한 관계자는 “지난 2012년 구미 불산가스 누출 사고 경험으로 인해 현장을 책임지고 지휘할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이 강조돼 박근혜정부에서도 이 같은 매뉴얼이 만들어졌으나 이번 사고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며 “상부의 지시가 제대로 하달되지 않으니 현장에서 부처 협업을 기대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