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해진해운·천해지의 실질적인 오너인 유병언 전 세모 회장 일가를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해운과 조선 사업을 각각 해온 청해진해운과 이 회사의 최대주주(지분 39.4% 보유)인 천해지 측이 유병언 일가와 관련이 있는 법인을 지난해 분할·합병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부채를 끌어안는 대신 100억 원대에 달하는 사진작품 등의 상품자산을 이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얼굴 없는 억만장자 사진작가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진 유 전 회장의 사진작품 등이 여기에 포함됐을 것으로 보여 청해진해운과 천해지가 경영악화 속에 오너 일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거래에 동원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천해지는 지난해 11월 사진예술작품 판매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의 문화사업부문을 분할·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천해지는 자산 159억7500만 원을 추가하는 대신에 부채 94억660만 원을 떠안았다. 문제는 이전자산으로 잡힌 126억 원이 사진작품 등 상품으로 적시된 반면, 금세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71억8000만 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선박을 제조해 온 천해지가 연관성이 없는 사진작품 등을 넘겨받는 대가로 100억 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끌어안은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경영 판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천해지가 이전 받은 사진작품 등 상품이 환급성을 갖춘 자산인지 면밀히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지난해 1058억 원 매출에 1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천해지로서는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합병으로 막대한 경영 부담을 감수하게 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천해지 측은 금감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전략성장을 위한 사업 다각화 및 경영합리화를 위해 2013년 10월 11일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의 문화사업부문을 합병비율 1.925대 1로 분할·합병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주식 48만1205주를 발행해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주주들에게 교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 전 회장은 내부에서 고문으로 불리면서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가 정기적으로 열어온 포럼에 연사로 참석하고 자신의 사진작품을 소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천해지는 또 유 전 회장의 해외 사진전을 전담하는 회사인 ㈜아해프레스 지분 20.37%를 13억9425만 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방송·영상물 제작사업을 하는 관계사 ㈜국제영상 지분을 5억 원에 취득했으나 순자산가액이 취득가액보다 하락해 손실을 입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