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재난상황을 총괄 수습·지휘해야 할 안전행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제 기능을 상실하고, 사망자 관련 지원에 나서야 하는 한심한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법에 규정한 최고위 재난기구인데, 이 같은 역할은커녕 일부 기능만 담당하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다.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21일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전날 열린 피해자 구조 및 가족 지원 상황 점검과 대책회의에서 안전행정부가 사망자 관련 절차를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지원방안에서 안행부는 관계기관과 함께 사망자 발견, 팽목항 이송, 의사 검안, 신원 확인, 안치에 이르는 시신 관련 제반 절차를 맡기로 했으며, 추후 세부절차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추가로 논의키로 결정이 난 것이다.

이는 안행부가 사고 발생 초기부터 탑승자와 구조자 숫자 집계에서부터 오락가락 발표하면서 가족과 국민들의 공분을 산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안행부가 현장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인 데 이어 급기야 지난 17일 오전 브리핑을 끝으로 사고 관련 브리핑 주체가 해수부 외청인 해양경찰청(서해지방해양경찰청)으로 일원화됐다. 안행부는 초기 대응 미숙의 원인을 자초하고 스스로 기능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다시 한번 받게 됐다.

안행부가 사고 초기부터 제 역할을 다하면서 국민들에게 신뢰 받는 모습을 보였다면 중대본이 사고 수습의 컨트롤타워를 맡았을 테지만, 정작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의 본부장은 이주영 해수부 장관이 맡게 된 것이다.

관가에서는 중대본이 대형 참사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습 역량이 부족했던 데다 정부도 그나마 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으로 정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를 사실상 ‘무의미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나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함에 따라 강병규 안행부 장관이 이끄는 범정부기구는 사실상 역할이 없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대형 참사를 맞아 제 역할을 내준 안행부가 어떻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