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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결과 드러난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는 평소 해운선사의 안전관리가 부실했던 사고 이전 상황은 물론, 침몰방지·대피·구조와 이후 정부 후속 조치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었다. 평소 안전관리 부실은 차치하더라도 침몰, 대피, 구조 등의 ‘골든타임’ 상황에서만이라도 적절한 조치가 진행됐다면 대형 참사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객선 침몰 수준에서 끝나야 할 상황이 도미노처럼 이어진 각종 부실대응으로 인해 수백 명의 인명이 실종된 것이다.

◆ 침몰 = 세월호 침몰의 주된 원인은 급격한 변침을 지시한 3등 항해사의 경험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선박에 대한 관리부실도 결정적인 순간에 악재로 작용했다. 세월호에 설치된 비상발전기가 중요한 순간에 작동하지 않아 침몰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항적도에 따르면 세월호는 급격한 변침 순간으로 추정되는 사고 당일 오전 8시 48분 37초에 위치신호가 사라진다. 세월호에 설치된 비상발전기가 40초 만에 자동으로 재가동돼야 하지만, 위치신호는 3분 36초가 흐른 8시 52분 13초에 신호가 다시 잡혔다. 사고 직후 3분 넘게 전원 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문제는 정전이 되면 배의 핸들인 조타기가 잠긴다는 것이다. 조타기는 전기신호를 유압장치로 보내 키를 조종하는데 정전으로 전기 신호가 끊기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에는 조타수가 조타기를 오른쪽으로 돌린 상황에서 정전으로 조타기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세월호는 전기가 다시 돌아온 3분 이상의 시간 동안 계속 오른쪽 방향으로 급격하게 회전하면서 회복 불능의 상태로 가라앉았다. 이에 따라 비상발전기에 결함이 있어 가동이 늦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인천해양경찰 등 5개 기관은 운항 전에 실시한 세월호 특별점검에서 비상발전기 연료통의 일부 부품이 불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당시 조타실에 경력 1년이 조금 넘은 3등 항해사를 배치한 것 역시 선사 측의 부실한 관리 때문으로 분석됐다. 애초 세월호 근무시간표에는 물살이 거센 사고 해역을 지나는 시간대에 조타실 근무자로 경력이 많은 항해사를 배정했다. 그러나 출항 시간이 2시간 넘게 지연되면서 사고 해역을 지나는 시간대가 변경됐지만 근무시간표를 수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대피 = 세월호는 침몰 직전 진도 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승객들을 탈출시키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세월호에는 오히려 ‘객실이 안전하다’는 방송만 되풀이됐다.

합동수사본부가 공개한 교신내용에 따르면 세월호는 제주VTS에 침몰을 알린 지 12분 뒤인 9시 7분 진도VTS에 침몰 상황을 보고했다. 세월호는 진도VTS에 “(선체가) 너무 기울어져 움직이지 못한다” “500명가량이 배에 탔다”고 보고했다. 이후 진도VTS는 9시 25분 “선장 판단하에 승객을 탈출시켜라”고 지시했지만, 세월호는 “탈출하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세월호는 인근 해역에 있는 유조선이 9시 14분부터 9시 33분까지 “승객들이 탈출하면 구하겠다”는 교신을 네 차례나 묵살하고 있다가, 오전 10시 15분에야 탑승객에게 “뛰어내리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결국 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은 구조 선박이 다가서자 배와 승객을 놔두고 먼저 대피했다.

◆ 구조 = 해경의 초기 구조작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고 해역에 출동한 해경의 구조작업은 세월호에서 이미 탈출한 사람들을 헬기나 보트로 건져 올리는 역할에 불과했다. 해경은 선체 밖으로 탈출한 승선원을 구조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고 밝혔지만, 체계적인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사고 현장에 잠수부가 투입된 시간은 사고 당일 오전 11시 24분이었다. 선체 대부분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30분이 지난 뒤에야 잠수부가 현장에 도착했으며, 최초 투입된 잠수부도 20여 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부들의 작업을 돕기 위한 바지선을 현장에 동원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지만, 바지선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사고 발생 후 사흘이 지난 19일 오전이었다. 시신 유실 방지를 위한 그물 설치도 19일에야 시작됐다. 사고 발생 이후 이틀 이상을 우왕좌왕하면서 작업 시간이 늦어졌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