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이 진작 도입됐더라면 정부가 이번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와 관련해 보인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했다고 해서 모든 관련 업무를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일대다(一對多) 통신이 가능한 무선통신망 기술 특성상 보다 효율적이고 일사불란한 지휘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김응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21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을 설치했다면 안전행정부·국방부·해양경찰·지방자치단체·소방방재청 등의 통신체계 일원화가 가능했을 테고 이번 사고에서도 현재보다는 훨씬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장관이 무전기를 갖고 다니면서 즉각 사고 관련 보고를 받아 바로 지시를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대형 재난에선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꼭 필요한데 이번 사고에선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며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됐다면 이번 사고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남(정보통신공학) 충남대 교수도 “지금은 재난 현장에 가면 지휘관 옆에 통신을 위한 인력만 10명이 있다”며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이 있으면 사고 현장과 지휘부가 바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분초를 다투는 현장에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에 세월호 침몰 사고를 총괄하는 안행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현장의 언론보다 사실관계를 뒤늦게 파악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유럽 지역 국가들이 대부분 테트라주파수공용방식(TRS) 망을 사용하고 있는 데 반해 안행부의 의뢰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성을 이유로 테트라TRS 망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림·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