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지역별로 뚜렷한 표심의 차이가 나타났다.

11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는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민주통합당(민주당)이 선전한 반면, 강원과 충청에서는 통합진보당과 민주당의 야권연대에 따른 거야(巨野)등장에 대한 불안심리가 발동해 새누리당이 크게 약진했다.

특히 강원은 종북·친북 논란을 낳은 통합진보당과 연대한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두드러져 새누리당이 9석 모두를 싹쓸이했다. 영·호남에서는 견고한 지역주의 정서가 재확인됐으나 민주당이 부산·경남·울산에서 20% 중반~30% 초반의 의미있는 정당득표율을 올리는 등 지역 패권 구도에 미세한 균열조짐이 감지되기도 했다.

◆ 수도권, ‘정권심판론’ 먹혀 = 18대 총선 때 수도권에서 26석을 얻는데 그쳤던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65석을 얻었다. 서울은 7석에서 30석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고, 경기도 17석에서 29석으로 2배 가량으로 증가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인 강세지역인 서울 동부와 북부, 경기 부천·성남· 안산·고양 등에서 의석을 쓸어 담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서울 의석수가 40석에서 16석으로 줄었고, 경기에서도 32석에서 21석으로 감소했다. 인천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절반(6석)씩 나눠 가졌다.

◆ 충청, 박근혜의 힘 확인 = 18대 총선 때 24석 가운데 1석만 건졌던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전 3석, 충북 5석, 충남 4석 등 12석을 차지해 충청권의 새로운 맹주로 떠올랐다. 충북 옥천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으로 충청은 ‘박정희·육영수 향수’가 강한 편이다. 민주당은 대전과 충남에서 각각 3석씩 확보했으나 충북에서는 6석에서 절반을 잃어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자유선진당은 대전에서 5석을 모두 잃었고, 충북에서도 한 석도 건지지 못했으며, 충남에서만 3석을 얻는데 그쳤다.

◆ 강원, 새누리당 싹쓸이 = 새누리당은 강원에서 9석 모두를 독식했다.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지역적 특성이 경기동부연합 등 주사파 논란을 낳은 통합진보당과 연대한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 영·호남, 제주 =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광주에서,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대구에서 선전했으나 양당 모두 적지에서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은 부산에서 2석(사상, 사하을), 경남에서 1석(김해갑) 등 18대보다 1석 늘어난 3석을 얻었다. 제주는 18대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3석 모두를 차지했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