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단독 과반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12월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대세론’이 대두되고 있다.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의 사진으로 박 위원장의 얼굴을 모자이크했다. 심만수기자

8년 만에 당의 전면에 등장해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진두지휘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승리로 ‘대세론’을 입증했다.

박 위원장은 패색이 짙었던 선거에서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는 역전극을 주도하고,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을 대거 당선시키며 당내 권력을 장악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는 ‘박근혜 효과’라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명을 바꾸고 정강·정책을 개정하는 등 당 쇄신의 중심에 섰다. 선거전에 돌입한 후엔 ‘원톱체제’의 선거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전국적 지원유세에 나서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다. 야당이 들고 나온 ‘MB 심판론’은 이명박 정부와 갈등·견제 관계를 형성해 온 박 위원장의 차별화 전략에 위력을 잃었다.

이번 총선에서 친박 핵심 인사들이 대거 당선됐다는 점도 박 위원장의 대선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경환·유승민·유정복 의원이 3선 중진 반열에 올라섰고, 서병수 의원은 4선이 되면서 친박계 좌장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학재 의원과 윤상현 의원은 수도권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6선 고지에 오른 강창희, 재선이 된 김재원 전 의원도 원내로 돌아왔다. 정책 분야에선 4선 이한구 의원을 비롯해 강석훈, 이종훈, 비례대표 안종범 당선자 등이 포진해 있다.

야권이 집중 공략한 부산의 ‘낙동강 벨트’에서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민주당) 상임고문의 돌풍을 차단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05년 이후 7년 만에 ‘외박 유세’를 하는 등 집중 유세를 벌여 부산 수성에 성공했다.

호남을 제외한 수도권 이남에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2010년 지방선거 때 야권이 독식했던 충청, 강원 지역에서 대승하면서 영남권 밖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그러나 대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드러난 ‘박풍(朴風)’의 한계는 숙제로 남았다. 새누리당은 서울에선 전체 48개 선거구 가운데 강남 3구를 포함한 16곳에서 당선자를 내는 데 그쳤고, 경기에서도 52개 선거구의 절반 이상(29개)을 민주당에 내줬다. 박 위원장이 선거운동 기간 서울·경기 지역을 10차례 이상 방문하면서 집중 지원 유세를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던 셈이다.

이상일 대변인은 “결국은 수도권에서는 야권의 심판론이 상당히 먹혔다”며 “야당에 대한 지지세가 상당히 강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동안 약속했던 것을 반드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박 위원장의 ‘독주체제’가 대선 국면에서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내 경선을 통한 흥행몰이 없이 장기간의 대선 레이스를 끌고 나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세론이 장기간 지속되면 확장성과 폭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 관계자는 “본선 경쟁력을 생각하면 치열하게 경선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으론 누가 나서도 박 위원장 들러리 비슷하게 된다”며 “경선 없이 혼자 나서거나, 들러리 선거로 쉽게 (대선 후보로) 나서서는 정권 재창출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일단 이명박 정부와 선을 그으면서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의 쟁점을 놓고 정부 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 복지 공약을 본격 추진해 정책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은 “이명박 정부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것이 대선에서 평가받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문제들은 대선 전까지 털어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며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해)새누리당이 야권의 정당한 주장을 배척할 경우 ‘이명박 정권과 같은 거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대선에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