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입 꽉 물고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역시 국민은 무서웠다. 그리고 사려 깊고 절묘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 단독 과반의석을 보장해 주면서도 수도권 완패를 안김으로써 저변에 깔린 ‘정권 심판론’의 심각성을 일깨워 줬다.

민주통합당(민주당)-통합진보당 양당에는 범(汎)보수 진영에 버금가는 비례대표 정당득표율로 희망을 주면서도 지나친 좌클릭, 정권 심판론에만 기댄 자기 혁신 없는 통합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국민은 ‘오만에 빠져서는 12·19 대통령 선거 승리도, 미래도 없다’는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를 여야 모두에 표로써 보여준 것이다.

11일 치러진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새누리당이 152석을 얻어 단독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보수 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친 범보수 진영은 총 158석을 얻었다.

반면 민주당은 127석, 통합진보당은 13석을 획득, 두 당의 양당 연대는 140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진보 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칠 경우 범진보 진영은 142석을 얻었다. 의회 권력의 이념추는 158대 142로 보수 쪽으로 기울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메시지를 ‘여권 및 범보수 진영의 완승’, ‘야권 및 범진보의 완패’로 단순화시켜선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여야 정당 모두의 쇄신을 주문했다.

양승함(정치학) 연세대 교수는 1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들이 어느 당에 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아니다”면서 “완승·완패를 주지 않고 균형적인 국회 운영을 하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내영(정치학) 고려대 교수도 “(이번 총선에선) 정권 심판 기조가 나타났지만 (국민이) 야당을 미래 국정운영을 맡길 세력으로 선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균형의 의석’을 만들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통합진보당은 수도권에서 112석 중 69석을 얻으며 승리했지만 강원·충북에서 크게 밀리면서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 확보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논란, 각종 ‘무상 시리즈’ 등 정책적으로 지나치게 좌클릭하는 모습을 보인 데다 끊이지 않은 공천 잡음이 겹치면서 ‘불안한 거대야당’ 출현 가능성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도 2008년 18대 총선(153석)에 이어 이번에도 단독 과반을 확보했지만 수도권 의석이 85석에서 41석으로 반 토막났다. 특히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을 비교하면 새누리당(42.80%)과 자유선진당(3.23%) 등 범보수 진영이 46.03%를, 민주당(36.45%)과 통합진보당(10.30%) 등 범진보 진영이 46.75%를 얻었다. 특히 범진보 진영은 부산(40.20%)·울산(41.52%)·경남(36.14%) 등 새누리당 텃밭 지역에서도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여야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쇄신 없이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셈이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