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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단독 과반으로 귀결된 ‘4·11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은 야당에 책임을 물었다. 국민들은 ‘정권 심판론’에 동조하면서도 야당을 대안세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번 총선을 계기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의 대세론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에도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박 위원장의 대권가도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선 결과에 담긴 민심 = 이번 선거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있다는 점은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이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야당이 선전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임기말 총선은 현재 권력에 대한 심판과 미래 권력에 대한 선택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내영(정치학) 고려대 교수는 “국민들은 야당에 대권은 물론 의회 권력을 내주는 것에 대해서도 주저했다”며 “특히 중립지역으로 꼽히는 강원·충청에서 야당이 크게 패배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민주통합당(민주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과정에서 너무 끌려가는 모습을 보인 것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반대로 ‘과거를 묻지 말고 미래를 얘기하자’고 국민들을 설득함으로써 정권 심판론을 극복했다는 분석이다.

현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도 복지정책을 꾸준히 제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었고, 사회통합의 메시지도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들의 주된 관심은 심판 자체가 아니라 대안 제시에 있다는 원론적 얘기가 투표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대권 후보들의 명암 =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가 박 위원장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보면,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단독 과반’을 달성한 것은 박 위원장의 공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후 ‘박근혜 대세론’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양승함(정치학) 연세대 교수는 “박 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의 안정을 굳히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당권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여권 내에서 다른 대권주자들이 박 위원장을 위협할 수 있는 기회도 줄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그러나 “박 위원장이 여기서 포용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입지는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며 “새누리당 내부의 계파 간 화합은 물론 수도권의 민심 회복, 호남에서의 지역주의 극복이 박 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총선에서 패배한 야당에서는 총선 수혜자가 분명치 않지만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이 대거 당선됨으로써 문 고문이 당내에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낙동강 벨트’에서 본인 이외 다른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은 그의 한계로 꼽힌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는 문 고문의 부상과 함께 기회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과 ‘박근혜 대항마’로서의 존재감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엇갈렸다.

◆19대 국회의 과제 = 18대 국회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인색했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국회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기톱과 최루탄까지 동원됐던 폭력 사태가 이 같은 평가의 단적인 근거로 제시됐다. 특히 대화를 통한 타협보다는 진영 논리에 매몰돼 민생까지 팽개쳤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이 19대 국회에 던지는 주문도 많다. 특히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 일은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장훈(정치학) 중앙대 교수는 “새누리당이 간신히 과반을 차지했지만 19대 국회는 압도적 다수가 없는 국회가 됐다”며 “어느 때보다 보수·진보 정당 간에 대화를 통한 정책적 타협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강기갑 후보와 김용민 후보가 떨어진 것은 품위 있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다수라고 해서 독선적으로 강행처리해서도 안 되고, 소수라고 해서 과격한 행동을 통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켜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역주의 극복도 19대 국회의 과제로 꼽힌다. 이 문제는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로 인식돼 왔지만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영남을, 민주당이 호남을 휩쓸면서 오히려 공고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이 약진한 배경에 대해 “사회 양극화에 따른 서민들의 생활고가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19대 국회가 대선보다 민생을 우선적으로 챙겨줄 것을 주문했다.

박영출·신보영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