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예상을 뒤엎고 단독 과반의석 확보에 성공해 오는 6월부터 시작되는 19대 국회에서도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을 이어간다. 하지만 임기를 10개월밖에 남겨두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 앞에 놓인 정국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의 이번 총선 승리가 오롯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 등 수도권의 참패가 ‘정권 심판론’과 이어진 사찰 정국이 유권자들에게 먹혀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면서 이 대통령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박 위원장이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사찰방지법’ 제정 방침을 밝혀 불법사찰 등에 대해서는 현 정부와 분명한 각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의석 수를 크게 늘리면서 원 구성 협상부터 여야 간 치열한 정국 주도권 다툼이 예상되는 가운데 곳곳에서 현 정부와 관련된 청문회 등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연대’는 원 구성부터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이 대통령 측근·친인척 비리, 내곡동 사저 등 각종 의혹에 대한 파상 공세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야권의 파상적인 공세에 대해 박 위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해군기지 등 이해가 맞는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고 사찰 문제 등에는 각을 세우는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명을 고치면서까지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우고 총선을 치러 당청관계의 새로운 역할 모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 정부의 실정을 무조건 옹호하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불법 사찰 등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만큼 새로운 당청관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이 청와대와 무조건 각을 세우고 갈 수도 없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뿐 아니라 새누리당도 총선 공약으로 복지 확대 공약을 내놓으면서 정부와 원활한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박 위원장의 힘을 확인한 만큼 이 대통령이 외교·안보에 전념하고 대권 후보의 위상을 강화한 박 위원장이 국내 정치를 책임지는 ‘역할 분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