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상을 깨고 야권의 완패로 끝남에 따라 민주통합당(민주당)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총선 후 하루 만인 12일부터 한명숙 대표 퇴진 등 ‘지도부 책임론’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또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를 의식한 과도한 좌클릭으로 ‘불안한 야당’ 이미지를 갖게 된 게 강원·충북 등 농촌 선거구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정치적 이념 좌표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 호남 세력의 중심 인물인 박지원 최고위원은 1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은 민주당에 정권을 줄 준비가 돼 있는데 민주당은 요행만 바라고 있었다”며 “특정 세력의 독식과 잘못된 국민경선으로 인한 후유증, 선거전략 부재 등이 총선 완패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최고위원은 “(총선 결과에 대해)당연히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지도부로는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는 잘 의논해 봐야겠지만 민심을 제대로 표로 연결시키지 못한 책임은 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도부를 겨냥했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선거 결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공식적으로 말씀 드리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이미 공천 과정에서 박영선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내놓은 만큼 한 대표가 사퇴할 경우 새 지도부 선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박선숙 사무총장도 11일 선거패배가 기정사실화되자 사무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총선 패배 책임 규명과 새 지도부 선출 등을 둘러싸고 당내 제 세력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가 ‘수도권은 얻고 농촌 지역은 빼앗기는’ 양면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도 민주당엔 큰 고민거리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합진보당의 주류인 종북(從北)주의자들이 야권연대를 통해 의회를 장악하려 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분명히 구태의연한 색깔론이지만, 이번 총선에서 그게 먹혀들었고 엄청난 보수층의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오남석·김병채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