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나면서 그동안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았던 각종 ‘대기업 때리기’식 규제 공약이 어떻게 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과반 확보로 야권이 추진해온 순환출자 전면 금지 등은 관철되기 어려워졌지만 대기업 경제력 집중 완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방지 등 각종 대기업 규제 정책은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앞다퉈 법제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가리지 않고 ‘서민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대기업 규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통합당(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19대 국회 개원 직후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전환 요건 강화, 대주주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강화 등 현재의 기업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법안을 속속 발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면서 순환출자 금지와 출총제 부활 등 주요 대기업 집단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메가톤급 규제는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정치권 내부에서도 출총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특히 순환출자 금지 제도는 나라 전체를 거덜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파장이 따르기 때문에 이런 정책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실현을 내걸고 대기업에 대한 크고 작은 규제정책의 입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하도급법 중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도 기업집단에 대한 정기적인 내부거래 직권조사,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최저세율 인상 등 대기업 옥죄기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임원은 “총선이 끝났지만 연말 대선이 남아 있기 때문에 야당은 물론 여당도 표를 얻기 위해 강도 높은 대기업그룹 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내놓으려 할 것이고 반(反)기업 정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로 인해 대기업의 신규 사업 확장을 가로막는 정책이 구체화한다면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총선 이후 추진될 대기업 규제는 경제성장 활력을 유지하는 측면과 기존의 법 제도 테두리 안에서 추진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정책 일관성과 경제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