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과 배려’라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도입의 취지에 걸맞게 이번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국회의사당에 둥지를 틀게 됐다.

새누리당은 과학계와 소수자를 전면에 배치하며 ‘스토리’를 중시하는 모습을 나타낸 반면, 민주통합당(민주당)은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등 정체성을 강화하는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과학자 모임인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여성 과학자다. 이외 윤명희(3번) 한국농수산식품CEO연합회 부회장, 강은희(5번) 위니텍 대표, 손인춘(21번)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사 등 여성기업인들도 금배지를 달게 됐다. 신의진(7번) 연세대 의대 교수는 조두순 사건의 피해아동인 나영이 주치의로 유명하다. 조명철(4번) 통일부 통일연구원장은 북한 김일성대 교수를 지낸 탈북자이고, 영화 ‘완득이’에서 완득이 엄마로 출연했던 필리핀 출신 다문화가정 주부인 이자스민(17번)씨도 눈에 띈다.

민주당은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를 비례대표 1번에 배치했다. 이외 비정규직 문제 전문가인 은수미(3번)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당 재벌개혁 정책을 주도하는 홍종학(4번) 경원대 교수, 당 보편적복지 특위 위원장 김용익(6번) 서울대 교수 등이 상위 순번을 받았다.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한 임수경(21번)씨, ‘접시꽃 당신’으로 이름을 날린 도종환(16번) 시인도 국회에 들어왔다.

통합진보당은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를 지낸 윤금순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을 공천했다.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정진후(4번) 전 전교조 위원장도 국회에 진입했다.

박근혜(11번)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과 한명숙(15번) 민주당 대표는 무난히 국회에 입성한 반면 비례대표 12번을 받아 국회 진입이 쉽지 않아 보였던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