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양당연대가 패배함에 따라 야권에서 대선주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4·11 국회의원 총선거’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승리로 요약되면서 또 다른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양강구도 구축으로 나타난 것은 “정치진영에 기대지 않겠다”고 했던 안 원장에게는 불리한 측면이다. 정치 지형이 보수와 진보로 양분될 경우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을 갖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중도파와 무당파가 그만큼 줄어들어 안 원장의 정치적 활동공간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패배와 민주당 내 대선주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안 원장의 대선 행보를 넓혀 주는 요인이다. 12월 대선 승리를장담할 수 없게 된 민주당이 안 원장 영입 또는 연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타난 마구잡이 폭로전과 후보 자질 논란 등 구태정치 행태는 안 원장의 대선 발걸음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이번 총선에 적극 개입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 인재근·송호창 등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메시지 정치’를 했고, 선거를 이틀 앞두고는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투표율이 54.3%에 그쳐 70%를 넘으면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을 추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못하게 됐지만 투표 참여 독려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지난 3월27일 서울대 강연에서는 “사회에 긍정적인 발전을 일으킬 도구로 쓰인다면 정치라도 감당할 수 있다”고 대선 출마에 한걸음 다가서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안 원장이 이번 총선으로 새롭게 짜인 정치구도 속에서 대선을 향한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와 방법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박 위원장이 총선을 통해 확고한 대선주자로 자리 잡은 반면, 대선주자들이 입지를 다지지 못한 민주당은 안 원장에게 적극적인 구애에 나설 것”이라며 “이럴 경우 안 원장의 대선 행보가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 구성된 국회가 12월 대선을 앞두고 18대 국회 때처럼 극한 대립과 의원 간 충돌 등으로 소용돌이 칠 가능성이 높아 안 원장의 주가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강연에서 “지금 대선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했던 그가 지난 4일 경북대 강연에서 “대선 출마는 스스로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고 언급한 것도 대선 행보를 시작할 시기를 따지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고 안 원장이 곧바로 기존 정치권에 뛰어들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일단 지지층 결집과 확대를 위한 단체를 구성한 뒤 독자 노선을 걷다가 민주당과 연대를 모색하거나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1월 예정이었다가 발간이 늦어지고 있는 그의 에세이 출간에 맞춰 안 원장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안 원장의 대선 행보가 주춤거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했지만 보수층이 결집해 정치권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안 원장이 대선 행보를 위한 틈새 찾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안 원장이 총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했다면 총선 결과도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교수도 ‘안철수 현상’으로 정리되는 정치 불신감이 제거되지 않은 만큼 안 원장이 대선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