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에 원화를 주고 최대 300억달러를 받아 사용할 수 있는 한미간 통화스와프계약이 30일 공식 체결됐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이 일시적으로 미 달러화 유동성 부족을 겪는 신흥시장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 개설한 ‘단기유동성 지원창구(SLF·Short-Term Liquidity Facility)’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는 220억달러까지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는 모두 520억달러에 달하는 미 달러화를 ‘제2의 외환보유액’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은 3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협상 끝에 통화스와프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은은 이번 계약에 따라 미 FRB로부터 원화를 대가로 최대 300억달러 범위 내에서 미 달러화 자금을 공급받게 된다. 계약기간은 내년 4월30일까지다.

한은은 미국으로부터 받는 미 달러화를 재원으로 국내 외국환은행들에 대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미 달러화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에 미 FRB와 통화스와프계약을 체결한 나라는 한국과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등 모두 4개국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간의 통화스와프계약 체결은 외환보유액 확충 효과는 물론, 외환시장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경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간 통화스와프계약이 성사됨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는 미 달러화가 부족할 경우 원화를 맡기고 미 달러화를 빌려 외화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고, 외환시장의 안정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미 FRB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나라는 이번에 신규로 포함된 4개국 외에 영국·캐나다·호주·덴마크·유럽중앙은행(ECB)·일본·뉴질랜드·노르웨이·스웨덴·스위스 등으로 세계 14개 국가(또는 중앙은행)에 불과하다.

한편 IMF는 29일(현지시간) 집행이사회를 열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건전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부적 위험으로 일시적으로 미 달러화 유동성 부족을 겪는 신흥시장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단기유동성 지원창구인 달러통화스와프 개설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IMF 분담금(44억달러)의 500%인 최대 220억달러를 9개월간 만기연장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IMF 달러 통화스와프 창구 개설에 대해 현재로서는 한국사람들의 IMF에 대한 정서 때문에 요청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 통화스와프 = 두 나라가 해당 국가의 통화를 맡기고 상대방 국가의 통화를 빌려오는 것을 말한다. 이번 한미 양국간 통화스와프계약 체결로 한국은행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원화를 맡기고 최대 300억달러를 아무 때나 빌려올 수 있게 됐다. 한은은 이렇게 들여온 미 달러화를 국내 외국환은행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조해동·이수진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