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신(神)의 직장’으로 꼽히던 공공부문에 ‘추운 겨울’이 엄습하고 있다. 비리·방만경영을 차단하기 위한 감시체계가 한층 강화되는 가 하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여파로 임금삭감·동결 등을 통해 솔선해야 할 1차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오는 11월7일 이윤호 지경부 장관 주재로 69개 산하 공공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반포로 포스트타워에서 정부 출범 후 첫 ‘공공기관 연찬회’를 열고 청렴서약과 함께 윤리경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전체 305개 공공기관 가운데 에너지, 자원, 수출 분야에 걸쳐 국민생활과 밀접한 가장 많은 공공기관을 둔 지경부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산하기관에 비리·방만경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강한 질타를 받았다. 지경부 관계자는 “연찬회는 공공기관 비리 및 행태에 대한 지적을 반영해 청렴·윤리경영을 실천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이라며 “비리방지종합대책도 강구해 곧 내놓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경부는 29일 이재훈 제2차관 주재로 2년 만에 전 기관 상근감사를 대상으로 감사협의회를 열어 각 기관에 청렴문화 조성을 위한 자체 비리방지 가이드라인을 제정, 시행하라고 강력 주문했다.

지경부가 제시한 기준안을 보면, 직위를 이용한 알선 및 청탁, 접대·향응 등을 막을 수 있는 기관별 행동강령을 제·개정하는 한편, 법인카드의 사적 및 심야시간, 휴일사용 금지와 함께 제한업종 대상에 신종 유흥·레저업소를 추가하도록 했다. 김철호 지경부 감사담당관은 “공공기관 비리 및 행태에 대한 최근 시중여론이 매우 비판적”이라며 “비리방지대책은 분기별로 해당 기관 감사실과 합동으로 확인·점검하는 것을 정례화하겠다”고 말했다.

공공부문부터 앞장서 경제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정부 판단 때문에 내년 인건비·정원 동결조치가 나온 데 이어 임금을 삭감하는 기업들도 줄을 잇고 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한전과 10개 자회사 임원 및 과장급 1만1000여명의 임금 220억원을 반납키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임금인상분 전액으로, 1인당 약 200만원 수준이다. 증권선물거래소도 임원 임금을 20%, 증권선물예탁원은 임원·간부 연봉을 31.5% 각각 줄이기로 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한전의 반납분은 공공기관 임금 인상 상한선인 3%에 해당하는 것으로, 최근 분위기를 볼때 임금 반납이나 삭감 조치가 다른 공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