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대행의 거부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덕수, 양곡법 등 재의요구

“양곡법, 쌀 공급과잉 고착화
시장기능 왜곡 혼란 부를것”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은
헌법 원칙·취지 위배 우려”
거부권 행사 불가피성 강조

2개 특검법 처리 방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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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9일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6개 쟁점법안들이 헌법상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점, 민생 경제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 등을 들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전격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면서도 법안의 위헌성 등을 조목조목 짚으며 거부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6개 쟁점 법안(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2004년 고건 전 총리 이후 두 번째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농업 4법 개정안에 대해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기능을 왜곡해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난피해 지원 및 보험의 기본 원칙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고질적인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농산물 생산이 가격안정제 대상 품목으로 집중돼 농산물 수급 및 가격이 매우 불안정해지며 과도한 재정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들 법안이 헌법의 기본 원칙인 시장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점, 추후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는 점, 이로 인해 시장에 막대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점 등을 상세히 짚으며 거부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고, 기업 현장에서도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가결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도 고심 중이다. 이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은 내년 1월 1일이다. 정부는 이 법안들도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 2개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탄핵 정국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법안이어서 한 권한대행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또 한 권한대행이 내란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수사 대상이 된 만큼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총리실 안팎에서는 일단 한 권한대행이 여당 의견을 집중적으로 듣는 등 연말까지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거부권 행사 여부를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