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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보고서 제작 · 배포도 중단
예산 삭감에 “사업 홍보도 못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흉흉한 지역 민심 속 의정 보고서 배포를 중단하고 당원과의 만남도 줄줄이 취소하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통령·당 대표·지역구 예산도 없는 ‘3무(無) 사태’를 맞아 윤 대통령 집권 3년 차이자 22대 국회 출범 첫해에도 집권 여당은 주민들에게 성과도 홍보 못 하는 처지에 놓였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A 의원은 40쪽 분량으로 제작한 의정 보고서 배포를 잠정 중단했다. 대통령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집권여당이란 점을 강조해 지역구 당원들에게 500부가량 배포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탄핵되자 배포를 보류했다. 부산 지역 B 의원도 윤 대통령 사진과 함께 국정 안정화·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한 의정 보고서를 제작·배포하기로 계획했지만 무기한 중단했다. B 의원 측은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선 지역구 예산이라도 강조해야 하는데, 야당이 사상 최초로 감액 예산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면서 홍보할 지역구 예산도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도 못 내는 상황에서 많게는 수백 명 지역구 당원들과 만나는 의정 보고회는 꿈도 못 꾸고 있다. 강원 지역 C 의원은 이달 중 계획한 당원 교육·의정 보고회 개최를 보류했다. 의정 보고서도 내년 1월 말 설 연휴에 카드 뉴스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남 지역 D 의원도 이달 초 계획한 의정 보고회를 취소했고, 의정 보고서는 배포 없이 사무실에만 비치하기로 했다.

지역구 주민들의 강한 항의에 경찰이 수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난 14일 김상욱 의원 측이 지역에 내건 “계엄 참사에 대해 깊이, 깊이 송구합니다”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에 “꺼져, X야”란 욕설이 적혀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당원들이 대통령을 왜 못 지켰냐고 물으면 죄송하다고 말이라도 할 수 있는데, 지금 당원들은 비상계엄·탄핵 국면에도 명확한 입장을 못 정하고 당권 경쟁만 하는 여당에 불만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