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30일 오랜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금융위기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입가에 미소를 띨 정도는 아니지만 시장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고, 이에는 한미간 통화스와프 계약체결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전격적인 계약체결 발표에 대해 “역사적인 일”이라며 “한미공조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신뢰를 보내는 데 인색했던 금융, 외환시장도 이날 오전 환율이 폭락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으로 화답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한미간 공조의 결실이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각별하게 신경을 썼다”며 “그만큼 정상외교가 중요함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이번에 통화스와프가 결정된 멕시코, 호주, 싱가포르, 한국 등 4개국은 전략적으로 미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미국의 거점국가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부시 대통령이 한국을 신흥(시장)국가의 대표격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이와 함께 한미공조의 사례로, 부시 대통령이 독도명칭과 관련해 ‘리앙쿠르 암’ 표기 논란 당시 즉각적인 시정조치를 취한 것이나 오는 11월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20개국 금융정상회의(G20)에 한국을 초청한 사실 등을 들었다. 실제 양국 정상은 3차례의 정상회담을 거치는 과정에서 한국의 무기구매국 지위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비자면제프로그램에 한국을 가입시키는 등 파격적인 전략적 동맹관계 형성에 합의한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이런 점에서 “한미공조관계가 발전되지 않았다면 성사되기 어려웠던 일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당시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만나 처음 논의를 했다. 강 장관은 “신흥국이 부채를 팔게 되면 미국의 상황이 더 악화된다”는 점을 집요하게 설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또 가는 곳마다, 만나는 미 당국자들마다 “선진국간 통화스와프 개설에서 한국을 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득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실무적인 측면에서 한국은행이 신경을 많이 썼다. 이번 계약체결은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합작품”이라고 설명했다. 30일 발표 당일까지 철통보안이 중요해, 정부는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애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변인은 “14일부터 2주 가까이 철통보안도 잘 지켜졌다. 중앙은행간 스와프 계약은 시장에 민감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보안유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협·심은정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