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조직 슬림화에 나선 데 이어 해외투자 축소나 연기 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은행들은 그간 야심차게 준비하던 해외현지법인, 사무소 개설과 해외은행 인수 작업을 잇따라 늦추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은행권의 해외진출 열풍도 한동안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위기극복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해외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그 일환으로 우선 러시아의 파이낸셜스탠더드커머셜뱅크(FSCB) 인수 시기를 재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글로벌사업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거래를 종료할 계획이었지만 시장상황이 안 좋다보니 인수시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카자흐스탄과 일본 현지법인 개설 시기도 늦출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현지법인과 일본 현지법인의 경우 각각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 개설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시기를 재조정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홍콩투자은행(IB) 현지법인 신설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홍콩IB 현지법인을 홍콩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후 내년 초 개설할 예정이었지만 외화자금조달 여건과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개설 시기를 다시 조율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올 11월에서 내년 1월 사이에 해외사무소를 열 계획이었지만 시기를 조금 늦추기로 했다. 두바이와 쿠알라룸푸르 사무소 개소는 내년 상반기쯤으로, 상파울루 사무소 개소는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동북부의 노아은행 인수를 검토하던 하나금융지주도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할 때 침체기에 먼저 진출해 활황기를 대비한다는 전략을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침체돼 있고 회복시기도 불확실해 은행들이 해외투자 시기를 재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