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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대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계약을 체결한 것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결정적인 모멘텀(계기)을 구축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실물 지표의 건전성에도 불구하고 ‘제2의 외환위기설’까지 불거져온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극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던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제2의 외환위기’ 악몽에서 벗어나는 계기 =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그동안 “한국 경제가 ‘제2의 외환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이에 따라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한편 채권 금리도 폭등하는 등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한미 양국 중앙은행간의 대규모 통화스와프계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30일 오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0원 이상 폭락하는 등 급속도로 안정되고 있으며 국내 주가도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 중앙은행의 통화스와프계약 체결을 계기로 “한국이 ‘제2의 외환위기’라는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한미 양국 중앙은행간의 통화스와프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단기 유동성 지원창구를 모두 활용할 경우 우리나라가 급할 경우에 쓸 수 있는 가용외화의 규모가 520억달러나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2400억달러(세계 6위)에 추가 가용외화 520억달러를 포함할 경우 모두 3000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제2의 외환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수준 한 단계 ‘업그레이드’ = 한미 양국 중앙은행간의 통화스와프계약은 한국 경제의 수준을 전체적으로 한 단계 높이는 ‘부수 효과’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 통화스와프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절대적인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미 FRB와 통화스와프게약을 체결한 국가가 영국, 스위스,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세계 10여개국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번 계약 체결로 미국의 중앙은행에 원화를 공급한 뒤 미 달러화를 받게 됨으로써 ‘원화의 국제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며,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볼 때 국제 경제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넓은 차원에서는 한미 관계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도약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통화스와프계약을 진두지휘해온 이광주 한은 부총재보는 “한미간의 통화스와프계약 체결은 한국 경제에 대해 미 FRB 등이 확고한 신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며 “이번 계약 타결을 계기로 한국 경제의 위상이 전체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