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이라는 낭보에 더해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 대상의 달러통화스와프 개설을 승인함에 따라 우리나라가 외환보유액 부족 우려에서 벗어나게 됐다.

당장 쓸 일이 없더라도 비상시에 한국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과 IMF 창구를 통해 최대 520억달러를 동원할 수 있는 ‘안전판’을 확보하게 돼 금융위기의 발단이 됐던 외화유동성 경색과 금융시장 불안이 급격히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IMF의 달러통화스와프가 기존의 구제금융과는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IMF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국민정서를 감안해 실제로 신청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IMF는 29일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경제 펀더멘털이 건전하지만 국제금융위기와 외부적 위험으로 일시적 달러 유동성 부족을 겪는 신흥시장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단기유동성 지원창구(SLF·Short - Term Liquidity Facility)인 달러통화스와프 개설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희망국가는 분담금의 500%안의 범위에서 3개월내 상환을 조건으로 최대 3번까지 자국통화를 맡기고 달러 자금을 인출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의 경우 IMF 분담금이 44억달러 가량이므로 필요에 따라 최대 220억달러를 9개월간 만기연장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IMF는 이 SLF 프로그램이 과거 우리가 받았던 구제금융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거 구제금융은 재정과 금융, 거시경제 등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2~3년에 걸쳐 제공된 장기자금이지만 달러 통화스와프는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국가들에 일시적으로 달러 자금을 융통해주는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구제금융은 구조조정 등 엄격한 이행 조건이 뒤따르지만 달러 통화스와프는 건전한 정책과 자본시장 접근성, 상환 가능한 수준의 부채를 보유한 국가라는 전제 아래 특별한 부대조건 없이 가능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IMF가 신흥국을 대상으로 특별 창구를 만들었지만 우리 국민들의 IMF에 대한 정서를 충분히 알고 있어 요청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 역시 “외환보유액이 2400억달러로 충분하고, 미국과도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IMF 창구를 이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하지만 IMF 프로그램이 단기 유동성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을 높이고 시장불안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진기자 lul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