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60위권의 C&그룹이 자금난으로 워크아웃(채권금융사 공동관리)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 금융 위기가 국내기업들의 경영난으로 전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9일 국내 증시는 미국 주가상승 등의 훈풍으로 오름세를 타다가 C&그룹 워크아웃설로 하락세로 반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30일 C&그룹측은 “유동성 위기 극복방안 중 하나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에 대해 검토했지만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권단과 금융시장에선 그룹 주력사인 C&중공업과 C&우방 등이 곧 워크아웃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산 2조2000억원의 C&그룹이 워크아웃 위기에 몰린 것은 조선·건설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든 데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금 경색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C&그룹측은 “계열사 매각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해보려 했지만 매각작업이 잘 안돼 워크아웃 신청을 검토했으나, 막바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며 “금융권에서 1000억원 정도만 지원을 해주면 유동성 위기를 충분히 넘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추가지원은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워크아웃이 가장 현명한 수순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C&그룹 전체의 금융기관 차입금 규모는 최소 50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우리은행이 2274억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 1586억원 ▲외환은행 441억원 ▲신한은행 439억원 ▲대구은행 211억원 등이다.

C&그룹은 1990년에 창립한 칠산해운으로 시작, 사업영역을 넓혀오다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 그룹의 덩치를 키워왔다. 2004년 한강유람선 사업(C&훼리)과 컨테이너 제조업(C&진도), 건설업(C&우방, C&우방타워랜드)에 뛰어들었고 2005년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하고 의류업체 진도를 인수했다. 2006년엔 C&중공업을 설립하면서 조선업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다.

C&중공업은 그리스 선주사인 타킷마린사에서 수주한 선박을 늦어도 내년 2월까지 인도해야 하나 유동성 부족으로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우방은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1700억원가량의 미분양 대금을 떠안고 있다. 김철호 C&그룹 이사는 “자산 매각과 금융권 추가 차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실물경기가 더 이상 어려워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