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29일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을 승인함에 따라 세계 최대 항공사 탄생이 임박했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도 이날 영국의 BMI항공을 인수하는 등 고유가와 미국발 경제위기로 타격을 입은 세계 항공업계들의 인수·합병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델타와 노스웨스트는 신뢰할 만하고 의미있는 효율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는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공정경쟁을 방해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합병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3위 항공사인 델타와 6위인 노스웨스트가 합병하면 아메리칸항공을 누르고 세계 최대의 항공사로 발돋움하게 된다고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델타와 노스웨스트는 합병 계획을 최종 조율 중이다. 양측은 합병으로 탄생하는 새 회사의 사명을 ‘델타’로 정하고 본부는 애틀랜타에 두기로 했다. 세계 66개국 375개 도시에 취항할 예정이다.

양측은 지난 6개월간 합병 작업을 추진하며 각 노조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지난달 각각 주주총회를 열어 양 항공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합병으로 중복되는 노선을 최소화해 법무부의 승인을 비교적 쉽게 얻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유가 하락으로 항공업계의 경영 상황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델타와 노스웨스트의 합병을 계기로 유나이티드항공, 콘티넨털항공, US항공 등도 합병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털항공은 지난 6월 네트워크 공유를 발표했고, 아메리칸항공과 영국 브리티시항공, 스페인 이베리아항공 등은 8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서양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해 델타와 합병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더그 파커 US항공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흐름으로 판단할 때 항공업계에서 합병은 올바른 선택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 3위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항공도 이날 영국 BMI항공을 인수해 유럽 최대 항공사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루프트한자가 BMI주식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 20%는 스칸디나비아항공이 취득하기로 했다. 루프트한자는 국제적으로 이용객이 많은 영국 히드로 공항 취항을 늘릴 수 있게 됐다. 루프트한자는 최근 2008년 실적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11억유로 낮게 잡았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