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눈 감은 權법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파문을 일으키는 가운데 권재진(왼쪽) 법무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명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과천 = 김연수기자 nyskim@munhwa.com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 사건의 ‘진실과 거짓’의 최정점에 위치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얼굴에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2일 오전 9시 정부 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권재진 법무장관의 표정은 겉으로는 담담했다. 권 장관에게 “여야 모두 법무장관 사퇴를 촉구하는데…”라고 묻자 그는 “지금 말을 아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곤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집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그의 미소와 여유와는 다르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3월31일 야당인 민주통합당(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그에게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요구했다. 대구·경북(TK) 출신인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3년 검사로 임관했다.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 장관의 최고위직에 오르는 동안 그의 공직일생은 언제나 사회정의의 수호자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최고 위기를 맞고 있다.

권 장관은 2009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불법사찰을 벌였던 2008년 9월과는 관련이 없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2010년 6월 불법사찰을 폭로한 뒤 민정수석실에서 상황을 인식하고 증거인멸을 지휘했을 개연성을 갖고 있다. 평생 검사로 걸어온 그의 이력상 민정수석으로서 이 같은 사건을 수수방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그는 민정수석 취임 이후 비선보고의 문제점을 강력하게 지적하고 청와대 내부에서 실제로 교통정리를 하기도 했다. 사건의 전모를 파악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입막음의 대처방안까지 제시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민정수석이었던 권 장관은 현재의 상황이 억울할 수도 있다. 의심받는 그의 업무는 어떻게 보면 청와대를 지켜야 하는 우국충정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는 변론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의 상황은 수사 최고 지휘부가 언제든 수사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처지다. 권 장관이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모순에 처해 있다. 그의 사퇴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대목 때문이다.

법무부 내부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한 법무부 직원은 “새누리당이 ‘4·11 국회의원 총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청와대와 선 긋기를 하려는 의도로 권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차경환 법무부 대변인은 “현 상황에서 권 장관이 어떤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검찰수사에 대한 압력이 돼 버릴 수 있기 때문에 함구하는 편이 가장 옳다고 본다”며 “권 장관이 당시 민정수석이셨고 전직에 관련된 사태가 불거진 상황에서 대내외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데 아주 신중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권 장관은 법무관 출신 신임검사 임관식에 참석해 ‘그 자신에 대한’ 말을 던졌다. 그는 신임 검사들에게 “우리 사회에서 검사의 공정성에 대해 의혹과 비평이 제기되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좌고우면하지 말고 원칙을 지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직무를 수행해 달라”고 말했다.

김영주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