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여전히 어깨가 무겁다. 현재 진행 중인 여야의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 공방과 관련 없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등에 대한 지난 2010년의 수사가 ‘엉망’이었다는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1차 수사 당시 밝혀내지 못한 증거 인멸과 관련한 ‘윗선’의 존재 여부를 규명하는 일 그리고 ‘비선 보고’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 앞으로 검찰에 남겨진 과제다.

여기에 여야와 청와대까지 나서 벌이고 있는 불법 사찰 폭로전 속에서 새롭게 나온 민간인 추가 사찰 의혹까지 규명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지난 3월4일 이후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취지의 폭로를 이어가자 같은달 16일 서울중앙지검의 송찬엽 1차장검사 산하에 박윤해 형사3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일단 3월30일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행정관, 4월1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 2명의 전직 청와대 인사들에 대해 증거인멸 교사 및 공용물건 손상 교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며 2010년 1차 수사 때보다는 진전된 상황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검찰은 무엇보다 이영호 전 비서관의 ‘윗선’ 관여 여부를 밝혀내는 한편 장 전 주무관이 받았다는 1억1000만원의 출처와 성격을 규명해 내야 한다. 청와대 비서관선에서 증거인멸이 주도적으로 이뤄졌을 리 없다는 게 중론이고 자신을 ‘몸통’이라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던 이 전 비서관의 주장을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장 전 주무관이 연일 팟 캐스트 등을 이용해 공개한 녹취록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서 개입한 정황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증거 인멸과 관련한 윗선의 존재 여부와 함께 김종익 전 대표에 대한 사찰을 지시하거나 주도한 다른 기관이나 인사가 있는지, 이른바 비선 보고 라인이 있는지 여부도 반드시 규명해야 할 대상이다. 불법사찰과 관련해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지원관실 직원 3명 등 총 4명만 재판에 넘겨지는 것으로 1차 수사는 마무리됐다.

이밖에 청와대와 여야에 의해 새로 까발려지기 시작한 새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불법성 여부를 밝혀내는 것도 검찰 몫이다.

이를 위해 사찰 관련 문건을 최초로 검찰에 제공했던 당사자인 김기현 경정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등장하는 2619건의 정보 가운데 합법과 불법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검찰은 2619건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법리검토에 들어갔다.

채동욱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검찰의 1차 수사 결과에 대한 비난과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사즉생의 각오로 성역없는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