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MB정부가…’ 박영선(오른쪽) 민주통합당 ‘MB-새누리 심판 국민위원회’ 위원장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당 대표실에서 ‘민간인 사찰’관련 문건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4·11 국회의원 총선거’가 과거 대선과 총선처럼 폭로전과 진실 공방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큰 선거가 되면 각 당이 준비한 ‘한 방’이 어김없이 터지고 이에 대한 진실 공방이 선거판을 좌우하는 공식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이번도 기획성 폭로? = 4·11 총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 문건 폭로가 민주통합당(민주당)과 일부 언론의 ‘기획성 폭로’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가 처음 공개한 민간인 불법 사찰 자료는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사건 당사자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는 자료다.

KBS 새노조는 관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대동해 법원에서 자료를 받은 뒤 이를 공개했다. 장 전 주무관은 그동안 민주당 ‘MB(이명박 대통령)정권 불법·비리 조사특별위원회’를 통해 민간인 불법 사찰에 청와대가 관련됐다는 내용을 폭로해 왔으며 이번에 민주당에 영입돼 비례대표 30번을 받은 이재화 변호사가 장 전 주무관의 변호인을 맡았다. 장 전 주무관은 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이 변호사를 통해 민주당에도 전달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사건 관련자들의 관계와 폭로 시점 등으로 미뤄 이번에도 기획성 폭로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도 이 같은 폭로전은 자주 등장했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고 특검까지 도입된 끝에 결국 이 대통령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02년 대선에서는 설훈 전 민주당 의원이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가회동 호화빌라 소유, 20만달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을 잇달아 폭로했다. 1997년 대선에서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장남의 불법 병역면제 의혹이 처음 제기됐으며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비자금 수수 의혹도 불거졌다.

◆ 선거에 미칠 파장은 = 이번 폭로전은 과거 대선 국면에서 벌어지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총선 국면에서 나오긴 했지만 결국 12월 대선과 무관치 않고 총선 판세가 혼전을 보이는 것이 폭로전이 나온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여야는 선거 후 특검, 선거 전 규명으로 사건 처리 방식에도 현격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여야 모두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유불리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향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 한쪽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