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과 관련해 합법적인 ‘감찰’과 불법적 ‘사찰’의 차이는 무엇일까. KBS 새노조와 민주통합당(민주당)에 이어 청와대가 폭로전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2600여건의 문건 중 80%가 노무현 정부 시절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진 이후 이와 관련된 용어 정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경계가 모호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조사 대상과 조사된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불법과 합법을 가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조사 대상의 경우 대통령령인 ‘국무총리실과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라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의 비리나 불륜 행각, 근무태만 등을 파악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은 정상 업무 범위에 속한다. 또 공직 감찰과 연결된 민간인 사찰도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공직 관련 민간인 사찰이라도 도청이나 감청 등 불법적인 방식을 동원하면 불법이 된다.

특히 공무원의 비위와 전혀 관련 없는 민간인을 추적하거나 내사하면 불법 사찰이 된다. 지난 2008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사찰해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4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권한에 대해 “공무원의 비위 사실을 확인하는 선에서 부수적으로 민간인을 포함한다”고 판단했다. 공직자나 민간인을 불문하고 도청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불법 사찰이 된다.

조사 내용에 따라서도 불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일반적인 동향이나 풍문을 수집해 보고하거나, 조사 대상자의 자발적 협조에 따라 자료를 수집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만약 단순 동향 파악 수준에 그치지 않고, 그 내부 문제에 개입한다거나 업무와 연관되지 않은 채 벌이는 조사는 불법 사찰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