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현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 당시 ‘조사심의관실’로 출범한 당시부터 줄곧 공직기강 점검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 대한 불법 사찰을 해온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불법 사찰이 본격적으로 문제화된 계기는 지난 2010년 6월 공개된 김종익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사찰, 이른바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드러나면서부터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 출범 직후 공직자에 대한 ‘암행 감찰’ 기능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넘기며 조사심의관실을 폐지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를 거치며 정권 내부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상시 감찰 기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설치했다. 그러나 문제는 2010년 6월21일 ‘MBC PD수첩’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종익 대표에 대한 민간인 사찰을 자행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청와대 비선보고와 증거인멸 지시 의혹까지 불거져 파문이 일었다. 결국 검찰 수사 끝에 이인규 전 지원관 등 민간인 불법 사찰에 연루된 주요 인사 3명과 불법 사찰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과 장진수 전 주무관 등도 각각 구속 및 불구속 기소돼 대법원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있을 때마다 ‘불법 사찰이 비선을 통해 청와대에 보고됐다’, ‘증거 인멸도 청와대 지시에 의해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이를 규명하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장 전 주무관이 지난 3월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 민간인 사찰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장 전 주무관은 이런 의혹에 대해 함구하는 조건으로 청와대 관계자 등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수수를 제의 받았다는 내용도 폭로했다. 비선보고 등 의혹의 핵심인물이었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도 같은 달 20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증거인멸을 지시했고, ‘선의’로 2000만원을 줬다”고 밝혔다. 또 파업 중이던 ‘KBS 새노조’는 같은달 29일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 관련 문건 2619건을 입수했다며 이중 ‘청와대 하명(BH하명)’ 사건 존재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청와대 측은 2600여건의 문건 중 80%는 노무현 정부 당시 작성된 문건이라고 반박, 현 정부에 대한 불법사찰 논란은 선거를 위한 정치 공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