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4·27 재·보궐 선거’에서 잇달아 야당 도지사가 나왔던 강원 지역 의석 9개를 새누리당이 싹쓸이한 것은 ‘4·11 국회의원 총선거’의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이광재 전 지사와 최문순 현 지사를 배출한 민주통합당(민주당)은 적게는 3석, 많게는 6석까지 기대했던 터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당-통합진보당 선거 연대가 강원도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자극한 게 패착이었다”며 “불안보다는 안정과 발전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었던 강원에서 변화 조짐이 나타난 것은 2004년 17대 총선 이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이광재 전 지사가 국회에 입성한 뒤 강원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활발해졌다. 금강산 관광 활성화 등으로 남북 해빙 무드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확인됐고, 이는 남북 관계가 경색된 이명박 정부에서 잇단 야당 도지사 배출로 이어졌다. ‘이광재 대망론’이 나올 만큼 이 지역 주민들에게 미래 세력은 민주당으로 각인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래 세력으로 여겨졌던 민주당이 불안 세력으로 비친 결과”라고 설명한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1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통합진보당 선거 연대는 수도권에선 통했지만 지나치게 좌클릭한 강성 이미지를 줬다”며 “양당 연대가 ‘양날의 칼’이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안보 이슈가 중요시되는 강원 지역에서 민주당이 불안한 세력으로 비친 반면, 현재의 여권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통해 미래와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세력으로 비쳐졌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도 “통합진보당의 종북주의 논란, 선거전 막판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치컨설팅업체 e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대망론의 주인공이었던 이광재 전 지사가 정치적인 시련에 빠지면서 강원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대안을 찾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다 보니 누가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을지가 지역 주민들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돼 왔다”며 “여기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도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