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국회의원 총선거’ 에서 의석수가 18석에서 5석으로 줄어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심대평 대표가 사퇴한 자유선진당이 차기 당 대표감을 찾지 못해 사면초가에 빠졌다.

정치권에서는 좌초위기의 선진당 대표직을 맡아 난관을 헤쳐나갈 독배를 누가 마실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의 존립기반인 충청권을 상실한 선진당이 12월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합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우선 선진당의 실질적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이회창 전 대표에게 당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총선 이후 당의 전면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은 총선 전부터 제기돼 왔었다. 당 주도권을 놓고 심 전 대표와 심각한 갈등을 보였던 이 전 대표가 총선 패배 후 심 전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지면 자연스럽게 당 전면에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한 측근은 1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총선 결과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당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하겠지만 당 대표직을 다시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결과가 당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만큼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나온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대표직을 맡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이 전 대표 역시 이번 총선 결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전 대표의 적극적인 지원과 유세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물려준 지역구인 충남 홍성·예산에 출마한 서상목 전 의원과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낸 임영호 의원 등 측근들이 줄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 심 전 대표와 이 전 대표의 동반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서 당선된 6선의 이인제 의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 당직자는 “당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래도 현역 당선자 중에서 당 대표직을 맡아야 그나마 힘이 실리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선진당의 현역 당선자는 3명이지만 충남 서산·태안의 성완종 당선자와 충남 아산의 이명수 의원은 각각 초선과 재선에 불과해 당내 입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대표직을 맡아야 한다는 ‘현실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이 의원이 여야를 넘나들며 수차례 당적을 바꾼 경력은 당 대표를 맡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힘겹게 당선돼 아직 당 대표직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면서도 “조만간 이 전 대표를 만나 향후 당의 운영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하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