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성과에 대한 기쁨만큼이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통합진보당이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통합당(민주당)과의 후보 연대로 진보정당 사상 최대 의석(13석)을 확보했지만 텃밭인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 전패하는 등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거기에 5월말 신임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제 세력 간 갈등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총선에서 지역구 7석에 비례대표 6석을 더해 13석을 얻었다. 수도권에서 서울 노원병 노회찬, 서울 관악을 이상규, 경기 고양덕양갑 심상정, 경기 성남중원 김미희 등 네 석을 얻었다. 여기에 광주 서을 오병윤, 전남 순천곡성 김선동, 전북 남원순창 강동원 등 호남에서 세 석을 더했다.

그러나 기존 지역구 의원을 배출했던 울산북, 경남 창원성산, 경남 사천·남해·하동에서는 모두 새누리당에 패했다. 당선된 7석도 상당수가 양당 후보 연대로 민주당 의석을 나누거나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어서 통합진보당 자체 대(對) 새누리당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울산북, 경남 창원성산 등은 대표적 노동자 밀집지역이어서 노동계 민심을 추스르지 못하면 당을 지탱해온 동력이 급격히 소진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두 지역 모두 통합진보당이 현역 의원을 배출한 곳이라 의석을 빼앗긴 셈이 됐다. 경남 사천·남해·하동 역시 통합진보당이 새누리당에 의석을 내준 지역이다. 당내에서 총선 결과가 ‘승리’라고만 해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비례대표 6석(정당득표율 10.3%)도 비례대표 의석만 8석(13%)을 얻었던 17대 총선에 비하면 조금 떨어진 수치다.

한편, 5월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 간 대결 구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통합 이후 민노당 이정희·국민참여당 유시민·새진보통합연대 심상정 등 세 명이 공동대표를 맡았기 때문에 사실상 당 주도권을 어느 진영이 가져가는지 다음달 전당대회를 통해 결정나게 됐다.

민노당 등 민족해방(NL) 계열은 당선자 13명 중 10명을 배출하며 탄탄한 조직세를 자랑하고 있다. 진보신당 탈당파는 노회찬·심상정 당선자의 개인적 인기가 무기다. 국민참여당은 NL계열 못지않은 당원 숫자와 조직력이 강점이다.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통합진보당의 향후 행보가 결정되기 때문에 자칫 세력 간 갈등이 격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