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항구 도시 더반은 역시 한국에는 ‘약속의 땅’이었다. 반면 독일에는 악연의 도시로 남게 됐다.

아프리카 대륙 동쪽 해안선을 따라 맨 아래쪽에 있는 더반(인구 350만명)은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에 이은 남아공 ‘제3의 도시’. 더반이 한국 스포츠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37년 전인 1974년 7월4일 이곳에서 열린 홍수환과 아널드 테일러의 세계복싱협회(WBA) 밴텀급 타이틀 경기 때였다. 홍수환은 테일러를 네 번이나 다운시키며 15회 판정승을 거두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축구대회에서도 더반은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원정 대회에서는 한 번도 조별리그 문턱을 넘지 못했던 한국은 6월23일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 1승1무1패로 첫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이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뮌헨을 앞세워 평창과 경쟁을 벌인 독일은 더반과의 악연을 이어가게 됐다. 독일은 작년 7월8일 더반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준결승전에서 수비수인 카를레스 푸욜에게 헤딩 결승골을 허용, 0-1로 져 결승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동윤 선임기자 dy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