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홍보대사는 국가적인 일이기 때문에 나 한 사람 때문에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있었어요.”

소문난 ‘강심장’ 김연아(21·고려대)에게도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같은 빅매치에서도 고난도 점프를 두려움 없이 해내던 ‘피겨여왕’은 유치과정에서는 혹시나 모를 실수에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유치과정에서도 김연아는 ‘여왕’다웠다.

김연아는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이 막바지에 접어든 올봄에야 본격적인 유치활동에 나섰지만 평창이 동계스포츠의 본고장인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를 압도적인 표 차로 밀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 밴쿠버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선보인 사상 최고의 연기는 아직도 세계인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젊고 건강하며 열정적이고 우아한 이미지를 지닌 슈퍼스타 김연아는 존재만으로도 경쟁 도시를 압박했다.

지난 5일 평창의 기자회견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앞두고 열린 어떤 행사보다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상당수의 IOC 위원들도 사석에서 김연아에게 기념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며 관심을 보였다. 또 김연아는 특유의 환한 미소로 평창유치위원회의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평창유치위의 각종 행사는 홍보대사 김연아로 인해 발랄하고 부드러워졌다. 형식적이고 경직된 경쟁도시의 기자회견과 달리 평창의 기자회견장에서는 유쾌한 분위기가 흘렀다.

결전의 날인 6일 IOC 투표 직전에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도 김연아가 생기발랄한 이미지로 청중에게 던진 메시지는 강한 호소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연아가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화종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