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세울 (서울)’이라고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한 지 30년만이었다. 더반에서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호명되면서 한국은 하계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4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주최하는 세계 6번째 국가가 됐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2002년 한·일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 등 굵직굵직한 하계 스포츠 행사를 연이어 치렀다. 오는 8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치르면 하계종목대회는 모두 치른 셈이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동계 종목에서도 마침내 올림픽을 개최하게 되면서 한국의 국력은 물론, 국제스포츠에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1981년 당시에 한국은 개발도상국가로 이름조차 모르는 세계인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세계적인 스포츠이벤트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려왔다. 그 첫 단추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레슬링에서 양정모가 처음 금메달을 딸 정도로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이 낮았다. 1981년 9월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제84차 IOC 총회에서 서울이 일본의 나고야(名古屋)를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리고 제24회 올림픽(1988년)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한국스포츠는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를 얻었다.

서울올림픽 유치와 개최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1990년대 들어 대형 국제스포츠 행사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1997년 무주동계유니버시아드, 1999년 강원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쾌거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유치였다. 다시 한번 한국은 전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2007년에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하계아시안게임 개최권을 얻었다. 평창이 2010년,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연이어 실패하면서 한국은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다소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이번 쾌거로 다시 급부상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국제적인 4대 스포츠 행사를 모두 유치한 국가가 됐다. 4대 스포츠 행사를 유치해 ‘그랜드 슬램’ 국가의 반열에 오른 것은 한국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