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여·35)씨 비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변 전 실장이 정부 부처 예산을 동원, 신씨를 지원한 구체적 단서를 잡고 정부 각 부처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 받는 등 수사를 정부 부처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변 전 실장의 입김이 대기업을 넘어 정부 부처에도 작용했는지 여부가 검찰 수사결과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구본민 서부지검 차장검사는 13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정부 부처로부터 미술품 구입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아 변 전 실장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 차장검사는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정부부처가 복수인지와 청와대가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변 전 실장은 신씨가 근무하던 성곡미술관의 기업 후원 유치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지난 2005년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정부 예산을 들여 신씨를 통해 작품을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 차장검사는 또 “변 전 실장이 신씨의 미국 도피를 도왔느냐”는 질문에 대해 “현재 확인 중에 있다”고 말해 변 전 실장의 범인도피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임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날 광주비엔날레 선정위원과 동국대 재단관계자, 성곡미술관 후원 기업체 관계자 10여명을 불러 변 전 실장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기업의 신씨 지원과 관련, “변 전 실장에게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도 검토 중”이라고 말해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12일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 동국대 채용 관련 교수와 예산지원팀 관계자, 성곡미술관장과 성곡미술관 후원기업체 관계자 등 10여명을 불러 변 전 실장의 개입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일부 기업 관계자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변 전 실장의 압력이나 요청을 받고 신씨의 기획 전시 후원에 나섰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2005년 이후 변 전 실장과 신씨의 행적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청와대의 변 전 실장의 컴퓨터를 이른 시일내에 확보할 방침이다. 구 차장검사는 이와 관련, “현재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한 차례 기각됐던 변 전 실장과 영배스님,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이르면 이날 중 재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일단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대로 변 전 실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