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여·35)씨가 지난 7월16일 미국 도피 전 평소 사용하던 휴대전화이 아닌 또다른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e메일에 이어 또 하나의 ‘신정아 리스트’가 나올지 주목된다.

서울 서부지검 관계자는 13일 “현재 알려진 신씨의 전화번호로는 통화한 내역이 없다”며 “신씨가 출국 직전에 사용한 전화기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밝혀 신씨가 미국으로 도피하기 전에 제3의 휴대전화를 사용했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이 휴대전화를 확보할 경우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외에 신씨 사건의 또다른 배후 관련자나 배후의 인물 등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휴대전화 기록에는 신씨와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의 정보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변 전 실장과의 관계를 밝혀준 신씨 컴퓨터의 e메일 만큼이나 사건 해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신씨가 당시 허위 학력이 밝혀지는 등 곤경에 처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이 휴대전화로 통화한 인물이 신씨의 각종 로비활동에 도움을 준 인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들은 신씨의 도피가 자신들의 범행의혹을 감추는데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신씨의 미국행을 종용하고 미국체류 자금을 지원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아울러 신씨가 도피직전 사용한 휴대전화는 개인연락용이 아닌 자신의 로비나 영향력 행사 등에만 이용했을 가능성도 높은 만큼 휴대전화 확보시 신씨 사건의 제2, 제3의 숨은 배후 인물이 줄줄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마당발로 군림해왔던 신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되거나 휴대전화 번호가 파악되면 정·관계는 물론 재계에까지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신씨 휴대전화를 찾고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만약 찾게 된다면 수사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