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들 대부분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어서 제2, 제3의 배후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는 한나라당이 제기한 ‘신정아 배후설’에 대해 12일 “(신정아와) 일면식도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11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 토론에서는 “변 전 실장이 이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발언에 대해 “그 당(한나라당)에서 쓰던 용공음해 수법은 그 당에서 쓰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2004년 여름 이 전 총리가 성곡미술관에서 아프리카 미술 전시회를 관람했던 당시 한 전시기획자는 “현장에서 이 전 총리에게 인사를 하러 온 큐레이터 신정아씨를 소개해줬다”며 “그 후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당시 아프리카 그림 2점을 구입할 만큼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이 전 총리의 “일면식도 없다”는 해명은 거짓이라는 얘기다. 변 전 실장과의 관계 역시 이 전 총리가 정부 및 국회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했다는 점, 둘다 정계에서 소문난 미술애호가라는 것 등이 둘 사이의 특별한 관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변 전 실장의 말바꾸기는 검찰 수사 결과 명백한 거짓말로 판명났다. 변 전 실장은 지난달 24일 청와대 대변인 해명을 통해 “신씨 문제에 개입한 사실이 없고 개인적 친분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0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장윤 스님을 만났을 때 신씨 문제를 언급한 사실이 있고 신씨와 예일대 선후배 관계로 수년 전부터 잘 아는 사이로 빈번한 연락이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더구나 검찰 압수수색 결과 신씨와 성적인 표현 등이 담긴 e메일을 주고받는 등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의 거짓 학력을 폭로한 장윤 스님도 자신을 내부고발자라고 주장했지만 말을 바꿨다. 장윤 스님은 지난달 28일 조계종 대변인을 통해 “변 실장을 만나 신정아씨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1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변 전 실장과 만나 (신씨 관련) 대화를 나눴지만, 외압이나 회유를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두 명의 동국대 전·현직 총장도 마찬가지다.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은 7월 20일 “총장과 대학당국이 속은 사건이지 어떤 부도덕한 거래가 개입된 채용비리 사건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10일 검찰 조사에서 “변 전 실장이 ‘예일대 후배로서 매우 촉망받는 큐레이터’라고 추천해 학력에 대해 별다른 의심 없이 신씨를 임용했다”고 말했다. 오영교 현 총장 역시 지난달 27일 “내가 아는 한 변 실장은 (신씨 임용을 위해 청탁이나 외압을 행사할)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11일 학교 관계자들에게 “(기자회견 때) 불필요한 말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은 지난 3일 “권부나 정치권 외압설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지만 12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변 전 실장이 신씨를 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임해 달라고 청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만·김병채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