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문화계와 정치권 등에 ‘부적절한 관계’를 포함한 전방위 로비를 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성로비’도 처벌 대상이 되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성로비의 상대방과 청탁내용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반응이다.

성관계를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에 이용했다면 뇌물관련죄가 성립될 수도 있지만 공무원과 관련 없는 청탁이라면 처벌할 마땅한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뇌물죄로 인정되기 위해선 직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다.

국내 판례는 뇌물을 ‘금전’ ‘기타의 재산적 이익’ 이외에 ‘사람의 수요·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무형 이익’으로 보고 성도 뇌물의 일종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단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신씨가 ‘성로비’로 사립대 교수직이나 비엔날레 감독직을 얻었다고 해도 뇌물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간통이나 업무방해(학력위조)죄가 성립하는 것과 별개로 ‘성로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씨를 처벌할 조항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신씨가 문화계 인사들과의 부적절한 관계 후 이익을 얻었다고 해도 ‘성로비’를 받은 쪽은 배임죄 등이 문제될 수 있지만 신씨에 대해선 처벌이 곤란하다. 게다가 e메일 등에 ‘사랑한다’는 내용이 등장하고 나체사진을 찍는 등 설령 부적절한 관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불륜’에 가깝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성로비’가 있었더라도 어느 한쪽이 ‘대가를 바란 게 아니라 사랑했기 때문에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면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대가 없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이양호 전 국방장관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린다 김 사건’의 경우 이 전 장관이 김씨와의 성관계 사실을 밝혀 뇌물죄 성립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강력하게 부인해 법원의 판단을 받지는 못했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