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정아씨에 대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비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구본민(가운데) 차장검사가 12일 밤 서울 마포구 검찰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곽성호기자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정아(여·35)씨를 비호하기 위해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 불교계는 물론 관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변 전 정책실장은 홍기삼(67) 전 동국대 총장에게 신씨의 교수 임용을 부탁하면서 발전기금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지원안을 논의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신씨를 비호했다. 당시 동국대는 개교 100주년(2006년)을 앞두고 100억원의 학교 발전기금을 모금 중이었다. 변 전 실장은 또 신씨를 홍 전 총장에게 추천하기 3개월 전인 2005년 4월 홍 전 총장의 제자를 보좌관으로 임용했다. 동국대 국문과 출신인 이모(44)씨는 변 전 실장이 근무하던 기획예산처에 장관정책보좌관(4급 계약직)으로 임용됐으며 변 전 실장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인 지난해 6월까지 근무했다.

변 전 실장은 신씨의 학력 위조 사태가 커지자 과테말라 출장에서 돌아온 직후인 7월8일 장윤스님을 만난 데 이어 9일에는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까지 만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변 전 실장은 장윤 스님이 동국대 이사직 복직 제의를 거부하자 지관 총무원장에게 “장윤 스님을 말려달라”며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실장은 신씨의 허위학력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7월16일 신씨의 미국 도피에 개입한 정황도 검찰 수사에서 포착됐다. 검찰은 전화통화 내역과 계좌 추적을 통해 변 전 실장이 직·간접적으로 신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잡고 확인 중이다.

변 전 실장은 신씨를 위해 국가 예산 등을 사용하는 것도 아끼지 않았다. 변 전 실장은 기획예산처 장관이던 2005년 신씨로부터 그림을 구입해 장관실의 그림을 모두 교체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변 전 실장이 청와대에 근무하던 기간 중에 신씨가 청와대를 두 차례 방문한 것도 새롭게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9월 방문때는 신씨가 변 전 실장을 면회대상자로 적었으며 변 전 실장의 미술품 진열을 돕기 위한 것으로 밝혀져 변 전 실장이 신씨를 청와대로 직접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변 전 실장이 신씨를 비상식적으로 비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연 그가 신씨의 가짜 학위를 모르고 도와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예일대 한국동문회장을 지낸 박성용 금호그룹회장이 금호미술관 큐레이터이던 신씨의 허위학위를 눈치채고 사표를 받았다는 점에서 역시 예일대 출신인 변 전 실장만 이를 몰랐다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장윤 스님이 허위학력을 제기한 2월 이후에도 광주 비엔날레 감독 선임을 도우려 한 점으로 미뤄 허위 학력을 알고도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신씨를 비호했을 가능성이 크다.

홍주의기자 impr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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