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35)씨 비호 의혹을 받고 있는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검찰 소환이 임박한 가운데 2개월째 미국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 신씨의 신병확보가 가능한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변 전 실장 외 제2, 제3의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신씨의 소환조사는 의혹 규명을 위해 불가피한데 신씨는 귀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예일대 가짜 학위 파문이 불거진 지난 7월16일 학위를 받은 증거를 찾아오겠다며 미국으로 출국한 신씨는 한인교포들이 많이 모여 사는 뉴욕 인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신씨의 미국 내 소재지를 파악하고 가족 및 변 전 실장 등을 통해 자진귀국을 종용하고 있는 상태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직접 통화 연결이 되지는 않았지만 소재를 확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일이 진행 중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신병확보에 자신감을 보였다. 신씨의 어머니 역시 “정아가 곧 한국으로 돌아와 모든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혹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신씨가 한창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진귀국 요청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태다.

신씨는 9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사실 나는 서울에 안 들어가면 그만이다. 나 못 잡아간다”며 “(변호사와 사립탐정의) 조사 결과가 좋으면 결과 들고 한국에 들어가고,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더 남아 찾아보겠다”고 장기체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신씨가 끝내 귀국을 거부할 경우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른 강제송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국제형사공조조약에 따라 미국 수사기관을 통해 정확한 신씨의 소재를 파악한 뒤, 신씨의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미국 측에 인도요청을 할 계획이다. 현재 신씨는 업무방해와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를 받고 있어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살인, 강도 등 중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벼운 신씨를 미국 수사기관이 직접 검거한 뒤 현지법에 따른 인도재판을 거쳐 송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통 범죄인 인도에 6개월 ~ 1년이 소요되고 변호사를 구해 대응할 경우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자칫 모든 의혹의 핵심인물인 신씨에 대한 수사를 못한 채 현재까지 드러난 변 전 실장의 비호 의혹 수사만으로 이번 사건이 종료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남석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