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문화·예술 행사 후원이 미술계의 경우 최근 수년간 신정아씨와 관련된 전시회에 집중됐던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쑬리고 있다.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이 12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문화예술 부분 협찬활동내역’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문화·예술 분야 50개 행사에 후원·협찬했다. 50건은 ‘노트르담 드 파리’(아트 인 모션), ‘카르멘’(베세토오페라단)’ 등 음악관련 행사가 대부분이었고, 미술 행사 후원은 단 3건에 그쳤다. 그런데 이 3건이 모두 신정아씨가 학예연구실장으로 근무하던 성곡미술관이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7월5일 성곡미술관의 기획전인 ‘존 버닝햄 - 나의 그림책이야기’에 2000만원, 9월6일 조각전인 ‘김세중 조각상 20주년 기념전’에 1000만원, 11월7일 ‘알렝 플레셔 초대전’에 2000만원을 협찬했다. 또 이번에 제출한 자료에는 빠졌지만 올해 3월에는 윌리엄 웨그만의 ‘웃기고 이상한’ 전시회에도 2000만원을 협찬했다. 즉 2004년부터 올해까지 성곡미술관에만 총 4건에 7000만원을 후원한 것이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신씨에 대한 ‘비호 의혹’을 받고 있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고교동기다. 이 때문에 변 전 실장이 김 총재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미술관에서 공식 협찬 요청이 먼저 들어왔고, 적은 금액으로 최대의 홍보효과를 얻기 위해 성곡미술관을 선택한 것”이라며 “2000만원 이하 소액결제는 홍보실장에게 전결권이 있기 때문에 그 위에는 보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은 “올해 2월 스페인 아르코(ARCO) 국제 아트페어(미술품 견본시장)에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여한 문화행사에 정부 지원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3배 늘어난 것도 신씨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