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005년부터 미술품 구입 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 미술작품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밝혀졌다.

13일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이 청와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의 그림 구입 지출액이 2004년 1200만원에 불과했지만 2005년 9700만원으로 8배가량 증가했다. 또 2006년에는 그림 한 점을 구입하는데 1억5000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미술품 구입 건수도 2004년 1건에서 2005년에는 12건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미술품 임차 지출액도 급증했다. 2004년까지 1600만원에 불과했던 미술품 임차 지출은 2005년부터 9400만원대로 5배나 증가했다.

청와대가 구입한 작품들은 강요배 민정기, 김점선, 김선자, 석철주, 임옥상, 송현숙, 김선희(구입순) 화백의 서양화를 비롯해, 이대원 작가의 판화와 김중만 작가의 사진 작품 등이다. 이밖에 민화, 백자, 목공예품 등 그림 이외의 다양한 미술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특히 청와대가 2005년 구입한 전혁림 화백의 ‘통영항’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구입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높이 2.8m, 길이 7m의 1000호짜리 대작인 이 작품은 노 대통령이 경기 용인에서 열렸던 전 화백 전시회를 직접 찾은 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가격심의를 거쳐 작품 가격을 2억3000만원으로 산정했지만 전 화백이 국가에서 구입하는 것이라며 가격을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미술품 구입을 직접 챙긴 것은 외국 순방 때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을 비롯한 외국 정치지도자들이 외교 현안을 논의하기 전에 미술품부터 설명하는 문화적 마인드에 자극받은 것도 한 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춘하추동 계절에 맞춰 청와대 내의 미술품을 전시하기 위해 구입한 것”이라며 “관련 업무는 외부 미술관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 소속 큐레이터가 작품을 직접 구입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미술품 임차 비용을 2005년부터 현실화했기 때문에 임차비용이 증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에서는 큐레이터 출신 행정관이 미술품 구매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청와대가 자신을 통해 그림을 구입했다는 일부의 의혹제기와 관련,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에 있는 그림을 한번 체크해 봐라. 내 취향이 아니다”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신씨가 지난해 9월 청와대 변양균 전 실장의 사무실을 방문, 미술품 배치를 도와주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신씨는 지난해 9월 청와대 변 전 실장 방을 방문, 변 전 실장의 보좌관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씨는 변 전 실장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들을 벽에 진열하는 것을 도와주러 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변 전 실장의 경우 본인이 청와대에 들어오면서 그림을 가져와 자신의 집무실에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실장은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에도 자신의 집무실에 그림을 걸어 놓고 미술관련 물품들로 사무실을 인테리어하는 등 미술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숙·권은중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