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 비호 의혹과 관련한 청와대의 대응이 계속 구설에 오르고 있다. 당초 변 전 실장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때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해 보지도 않고 부인한 데 이어 지난 11일 권양숙 여사가 변 전 실장 부인 박모(54)씨를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한 사실에 대해서도 언론의 확인요청에 “모르겠다”고 했다가 뒤늦게 확인을 하는 등 석연찮은 모습을 보였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오후 7시30분쯤 권 여사와 변 전 실장 부인 박씨의 오찬설에 대한 문화일보의 확인 요구에 “최근 변 전 실장 부인이 권 여사와 식사를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권 여사의 개인일정을 확인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 대변인은 이후 언론의 사실 확인 요청이 거듭되자 결국 이날 오후 11시쯤 “청와대 제2부속실에 거듭 확인을 요청한 끝에 권 여사가 11일 위로 차원에서 변 전 실장 부인과 오찬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확인했다. 3시간 만에 밝혀질 사안이었다.

권 여사와 박씨의 오찬 사실은 이미 이날 오후 일부 언론사 등에 소문이 퍼진 상태였는데 청와대 내에서도 전혀 정보공유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오찬을 한 시간은 노무현 대통령이 갑작스레 기자실을 찾아와 기자간담회를 한 시간이었다. 청와대가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히지 않고 언론의 확인요청에 억지로 확인해 줌에 따라 이날 오찬 회동 자체에 대해 구구한 억측을 낳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변 전 실장의 신정아 비호 의혹에 대한 거짓말을 그동안 여과 없이 전달해 빈축을 샀다. 지난달 24일 언론 보도를 통해 변 전 실장 관련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천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잇따라 “단순 사실을 확대해 보도한 언론에 유감”, “무차별적 의혹 제기에 청와대뿐 아니라 변 실장도 법적 대응 검토”라는 등 사실을 부인하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노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축사와 지난 3일 방송의 날 기념식 등 공식석상에서 변 전 실장 관련 의혹에 대해 “깜도 안 되는 의혹”, “꼭 소설 같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검찰 압수수색으로 결국 변 전 실장의 신정아 게이트 연루 의혹이 실체를 드러내자 천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 앞서 “대변인으로서 국민들께 진실을 전달해 드리지 못한데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