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35)씨가 지난해 각각 8월과 9월에 청와대를 방문, 행정관들(보통 3~5급 공무원)을 만난 사실이 12일 밝혀져 청와대 내 ‘신정아 인맥’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신씨는 청와대에 근무한 적이 있는 정부 부처 공무원 A씨와 지난해 8월 청와대를 방문해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던 행정관 B씨와 함께 경내를 둘러보고 차를 같이 마셨다.

지난해 9월에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방문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씨는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에는 L모 여비서관이 한 번 구경오라고 해서 간 게 전부”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씨가 변 전 실장의 개인 소장 미술품들을 벽에 진열하는 것을 도와주러 온 것”이라며 “변 전 실장은 못 만나고 보좌관만 만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와대 행정관은 비서실 내 외부 전문가 초청 강의 프로그램인 ‘상춘포럼’에 신씨를 초빙하기 위해 섭외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신씨의 청와대 인맥이 변 전 실장 외에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씨의 가짜 학력 위조 의혹에 변 전 실장을 뛰어넘는 윗선까지 개입됐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1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도서관 축제’ 개막식 참석 후 한 기자간담회에서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해 “제가 아는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권 여사는 “대통령이나 저나 중앙 정치의 이단적인 존재라 인맥이나 인연이 일천하며 특히 문화예술계와는 교류를 할 기회가 전무했다”고 강조했다. 신씨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나 권양숙 여사를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그림을 한번 체크해보라. 내 취향이 아니다”고 말해 청와대 소장 작품 면면을 잘 아는 듯 얘기했다.

한편 권 여사가 지난 11일 변 전 실장의 부인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한 것에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변 전 실장의 검찰 소환과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측은 “권 여사가 변 전 실장의 부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로차 오찬을 함께 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윗선’ 개입 의혹과 오찬 회동을 연관짓는 시각을 일축했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