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회 ‘분열의 씨앗’ 우려도

미국 제45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500여 일간 대선판을 이끈 ‘트럼프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재벌 출신의 트럼프가 지난해 6월 16일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에서 출마 선언을 할 당시만 해도 그가 공화당 후보에 오르리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출마 선언 당시 멕시코에서 성폭행범, 마약사범들이 미국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순식간에 SNS를 타고 번져나갔고 언론들이 맹비난 혹은 조롱을 하며 웃음거리가 됐다.

그러나 이 같은 막말은 오히려 그를 단숨에 스타로 만들었고 출마 선언 1주일 만에 공화당 경선 주자 중 지지율 2위에 오른 데 이어 7월에는 결국 1위를 기록, 트럼프 돌풍이 시작됐다. 8월 공화당 TV 토론과 함께 지지율 30%를 넘긴 트럼프는 이후 줄곧 선두를 유지하며 결국 후보 자리에 오른다.

클린턴과 맞대결을 벌이며 진지한 후보로 변모해가던 트럼프는 그러나 여성·무슬림 전사자 가족 비하 발언으로 지지율 정체 현상을 겪었고 지난달 7일 음담패설 음성파일 공개, 성추행 의혹 등 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클린턴에게 지지율 두 자릿수 차로 리드를 내줬다. 지난달 말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재수사 결정이 마지막 반전 기회로 작용하며 막판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선거 막판에 클린턴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 미셸 오바마 여사 등 ‘호화 군단’의 지원을 받은 반면, 트럼프는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공화당 주류의 외면을 받으며 고군분투했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트럼프 현상은 미국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트럼프가 미국 주요 정당의 후보에 오른 것은 양극화와 삶의 질 저하, 금권 기득권 정치에 대한 미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컸기 때문이다. 분노한 유권자들은 트럼프에 열광하며 트럼프 현상을 확대시켰고,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는 데 이른다.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나선 유권자 중에서는 ‘기득권 중의 기득권’인 클린턴의 당선을 막기 위해 트럼프 편에 선 이들도 상당수다.

미 정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노가 미국 사회를 지속적인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를 선택한 절반에 가까운 미국민들이 지지하는 반(反)이민 정서와 백인 중심주의, 고립주의와 보호무역 등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을 분열시킨다는 것이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